주말 아침, 아내가 아이에게 "오늘 지하철 타고 백화점으로 놀러갈까?" 하고 물으니
아이가 신나서 옷을 갈아입다가 저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랑 둘이 갈 거야. 아빠는 집에 있어."
웃으면서 "아빠도 같이 가면 안 돼?" 하고 물었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평일에는 유치원 등하원부터 저녁 루틴까지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육아휴직 중인 저인데,
주말에는 아이가 엄마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크고 매주 동일한 일이 반복되면서 서운함을 계속 느끼기보다는
아이가 왜 그렇게 엄마하고만 나가고 싶어하는지 이유를 찾는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생각정리한 내용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친절한 엄마, 잔소리하는 아빠
우선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각각 어떻게 생각할지 아이의 입장이라 가정하고 한번 상상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어렵지 않게 아이 눈에 비친 엄마와 아빠는 매우 다른 사람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을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
나가서 놀다가 아이스크림이나 젤리를 사달라고 하면 사주는 날이 많고,
아이가 투정을 부리거나 떼를 써도 웬만하면 받아줍니다.
영상도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보여주는 상황이 더 많습니다.
반면 아빠는 통제를 많이하는 편입니다.
평일 유치원 하원 후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할 때도
아빠는 단것을 너무 많이 먹었다며 못 먹게 하는날이 더 많았습니다.
영상을 보고싶어해도 쉽게 안 보여주려고 합니다.
예전에 아이의 하루 당류 섭취량을 계산해보고 나서 단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 때 부터인지 먹는 것 관련해서 잔소리도 늘었고 그 외 아이 습관 관련해서도 점점 잔소리를 많이 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이가 떼를 쓰면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더욱 크게 화를 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단 것 못먹게하고 영상 안보여주고 화를 무섭게내는 아빠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아이가 저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무언가를 하다가 제 표정을 먼저 살피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느끼는 저는 '혼나지 않도록 허락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 엄마가 쉬는 주말에 당연히 엄마와 나가고 싶어하는것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문제는 아빠의 거친 소통방식
그렇다고 "이제부터 다 허용해주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것은 맞지않는 방향이라 생각됩니다.
아이 건강을 위해서 단 것의 먹는양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눈 건강을 위해 영상 시청시간을 관리하는 것도 부모로서 해야하는 역할이 맞습니다.
다만 문제는 기준이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내용을 찾아보니 발달심리학자 바움린드의 양육유형 연구에서도 기준이 있으면서 따뜻하게 설명하는 '권위 있는 양육'과,
기준을 무섭게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양육'을 구분하는데, 아이의 정서에 좋은 쪽은 권위있는 양육이겠습니다.
같은 "안 돼"라도 낮은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하며 말할 수도 있는데,
저는 떼쓰는 아이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저도 같이 격해져서 저도 모르게 아이를 눌러버리는 쪽을 택해온 것입니다.
아이를 위한 기준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전달하는 방식은 후자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아이가 얻은 결론은 '단것은 조절해야 하는구나'가 아니라 '아빠한테 말하면 혼나는겠구나'였습니다.
예전에 감정코칭에 대해 정리하면서 아이의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 한계를 두라고 배웠는데,
돌아보면 저는 반대로 행동보다 감정을 먼저 혼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떼를 쓴다는 것 자체를 잘못으로 보고 화를 냈으니,
아이는 저와 있을 때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조심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바꿔보려는 것들
생각정리 끝에 저 스스로 몇 가지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일상 생활 전반에서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통제하는) 총 횟수를 줄여보려고 합니다.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것은 큰 기준은 당연히 지키지만,
그 안에서 세세한 것들까지 하나씩 개입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개입은 최소화 하는것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도 따라야할 규칙이 너무 많으면 분명히 어기는 일이 생길수 밖에 없지만
중요한 몇가지로 줄어든다면 아이도 충분히 규칙을 따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화내는 방식을 바꾸는 연습입니다.
아이가 떼를 쓸 때 제 목소리가 커지려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아이가 혼나기 싫어 자리를 피하는 모습에 대해 글을 쓰면서도 다짐했던 부분인데,
결국 아이보다 제 감정 조절을 먼저 하는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저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따로 만들려고 합니다.
평일의 저는 등하원과 식사, 씻기기 같은 '해야 하는 일'로 아이를 만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부모-자녀 관계 개선 프로그램들에서 공통적으로 권하는 것이
하루 10~15분이라도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아이 주도 놀이'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가르치지도, 지적하지도 않고 아이가 정한 놀이를 아이의 규칙대로 함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주말 중 한 타임이라도 이런 시간을 만들고, 가끔은 아이스크림도 아빠가 먼저 사주는 날이 있어야,
아이에게 아빠가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놀면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아이가 엄마하고만 놀고 싶다고 했던 그 말은 제가 서운함을 느껴야하는 말이 아니라
어쩌면 아이가 제게 하고싶은 말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었다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평일 내내 아이 곁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와 가까워졌다는 뜻이 아닌데 제가 잘 못 생각했습니다.
시간의 양보다 그 시간 안에서 아이가 저를 어떻게 느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배웠습니다.
다음에 아이가 "아빠도 같이 가자"라고 먼저 말해주는 날이 오면 그때 이 글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혹시 저처럼 아이의 선택에서 서운함을 느껴보신 육아 부모님이 계시다면,
그 서운함을 아이를 탓하는 쪽으로 결론 내리시기 전에
한번 부모님 스스로 어떠했는지 먼저 돌아보시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아이와 함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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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존 가트맨 박사의 감정코칭 이론, 바움린드의 양육유형 연구 등 공개된 아동발달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성 칼럼입니다. 아이의 기질과 가정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양육 방식은 다를 수 있으며, 부모-자녀 관계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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