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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상

지금 10분 볼래, 저녁에 30분 볼래? 아이가 늘 '지금'을 고르는 이유

by dhouse 2026. 7. 23.

최근들어 아이에게 "지금할래? 나중에할래?" 이렇게 선택권을 주고

아이가 직접 고르도록 하는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 마음 껏 하도록 내려두기 어려운 것들

꼭 아이들은 하고싶어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아이가 동영상을 봤는데 또 보여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속마음은 지금 안보여주고 싶어서 나중에 보면 아이에게 더 이득이라는 식으로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보면 10분, 저녁에 보면 30분이야"라고 하면 아이는 고민도 없이 지금의 10분을 선택합니다.

부모로서 당황하는 순간입니다.

 

간식 먹을때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유치원에서 케익도 먹고오고 집에와서 과자에 쥬스까지 마셨는데 또 카라멜을 먹고싶어합니다.

그러면 "오늘 먹으면 딱 하나, 내일 먹으면 세 개 줄게"라고 해도 아이는 지금의 딱 하나만을 고릅니다.

 

그래서 몇 번 차분하게 설명도 해봤습니다.

지금 잠깐 참으면 나중에 더 큰 것을 가질 수 있으니 기다리는게 아이에게 이득이라는 식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 해줘도 결론은 항상 "지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가 유독 참을성이 없어서 손해보는 선택을 하는건가 생각도 했었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건 아이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한 번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접시에 놓인 간식을 앞에 두고 기다림을 참아보려 애쓰는 아이와 지켜보는 아빠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
< 늘 지금 먹는것을 선택하는 우리 아이 >


과거의 아이들도 똑같이 지금의 이득을 선택했습니다.

이것과 비슷한 주제로 가장 유명한 연구

1960~70년대 스탠퍼드대학교 월터 미셸 교수팀의 '마시멜로 실험'이 있었습니다.

만 4세 전후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 하나를 두고,

15분을 기다리면 두 개를 주겠다고 약속한 뒤 방을 나가는 실험입니다.

 

결과는 저희 집과 비슷했습니다.

상당수 아이들이 끝까지 기다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떤 아이는 연구자가 나가자마자 먹었고, 어떤 아이는 냄새만 맡거나

조금씩 뜯어 먹으면서 버티다가 결국 먹었다고 합니다.

50년 전의 아이들도 "나중의 두 배"보다 "지금의 하나"를 고르는 것은 비슷 했었습니다.


 

아직 뇌 발달이 진행중이고 어른과 시간 개념의 차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즉각적인 만족을 선택하는 것은 두 가지 발달상의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뇌 발달 순서입니다.

충동을 조절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역할은 이마 쪽에 있는 전전두엽이 담당하는데,

이 영역은 뇌에서 가장 늦게 성숙해서 20대 중반까지도 발달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반면 "지금 갖고 싶다"는 욕구를 만드는 보상 회로는 이미 어릴 때부터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결국 비유하자면 욕구를 만드는 엔진은 풀가동 중인데 브레이크는 아직 조립 중인 상태라서,

참으라는 설명이 이해는 되더라도 실행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 개념입니다.

유아에게 '저녁에', '내일'은 어른이 느끼는 것처럼 구체적인 시점이 아니라 막연히 먼 미래라고 합니다.

지금 눈앞의 10분은 생생한데 저녁의 30분은 잘 그려지지 않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 중 확실한 쪽을 고르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 내용들을 알고나니 아이가 당장 눈 앞의 이득을 선택하는 것이

아이 입장에서는 맞는 선택일 수 있겠다고 이해 되었습니다.

아이는 먼 미래를 위해 지금당장 참아야 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꼭 지금 잘 참는 아이가 나중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들을 종합하면 당장의 즐거움을 참는 능력은 만 3~5세 사이에 빠르게 자라기 시작하고,

학령기에 들어서면서 스스로 전략을 쓰는 수준(딴 곳 보기, 다른 생각하기 등)으로 발전한다고 합니다.

다만 그 완성은 청소년기를 지나 20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이라,

유치원 시기에는 못 참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또한 최초의 마시멜로 실험은 "잘 참은 아이가 나중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졌지만,

2018년 대규모 재검증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가정환경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도를 고려하면

그당시 실험의 예측력이 원래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약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러니 지금 아이가 마시멜로를 바로 먹는 타입이라고 해서 미래를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이에게 약속을 지킨다는 확신을 주는것도 중요합니다.

찾아본 연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3년 로체스터대학교의 실험이었습니다.

마시멜로 실험 전에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에는 어른이 약속을 지키는 경험을,

다른 그룹에는 약속을 어기는 경험을 먼저 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약속을 지키는 어른을 경험한 아이들은 평균 12분을 기다렸는데,

약속을 어기는 어른을 경험한 아이들은 평균 3분 만에 마시멜로를 먹었습니다.

네 배나 큰 차이가 생겼습니다. 

 

이 결과를 보니 저는 순간 뜨끔 했습니다.

지금 아이가 기다리지 못하는 이유가 "나중에 준다는 말이 정말 지켜질까"에 대해

아이가 계산하고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있다가 꼭 해줄게" 약속 해놓고 잊어버린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기다렸던 약속을 부모가 지키지 않았다고 느끼는 경험을 하고 나면,

확실한 '지금'을 고르는 것이 영리한 선택일수 있겠다는 생각도 됩니다.


아이가 '나중'도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선 부모로서 먼저 이렇게 변화하면 좋겠다는 나름의 행동수칙을 정해 봤습니다.

 

먼저 '나중에'라는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기로 다짐 했습니다.

아이가 기다릴 수 있게하는 힘은 부모와의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은 짧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저녁에"보다는 "밥 먹고 나서", "이 노래 세 번 끝나면"처럼 아이가 정확히 체감할 수 있는 기준을 주려고 합니다.

어른의 시계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시점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또한 기다리는 동안에는 주의를 돌릴 거리를 함께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끝까지 기다린 아이들의 공통 전략이 눈앞의 보상에서 주의를 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핸드폰 등 영상기계나 간식을 아예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고 아이와 카드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다른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짧게라도 기다리는것에 성공하면 그 사실 자체를 언급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 했습니다.

"어릴때는 못 기다렸는데 이제 기다릴 줄도 알고 멋지네"처럼 잘했다는 칭찬 경험을 계속 쌓아주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아이가 '지금'을 고르면 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경험해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제가 복리 개념을 가르쳐보겠다고 아이에게 젤리 저금통 놀이를 설명했었던

그 상황을 글에 쓴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핵심은 같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참으면 나중에 더 커진다는 기대감은 설명보다는 경험으로 쌓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지금'을 고르는 이유를 알고 나니 제 생각은 명확해졌습니다.

아직 참는 능력은 성장중이고 그사이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혹시 저처럼 아이의 행동이 궁금하거나 답답하다고 느끼셨던 육아 부모님이 계시다면,

이 글을 참고하셔서 아이를 조금 더 이해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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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한 자료
Mischel 연구팀의 스탠퍼드 만족 지연 실험(마시멜로 실험, 1960~70년대), Watts 등(2018)의 마시멜로 실험 재검증 연구, Kidd 등(2013) 로체스터대 환경 신뢰도와 만족 지연 실험, 전전두엽 발달 관련 공개 신경과학 자료

 

본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공개된 발달심리학·신경과학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성 칼럼입니다. 아이의 기질과 발달 속도에 따라 적절한 방법은 다를 수 있으며,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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